‘인터뷰’ 정의 내리기

Seeyong Lee
4 min readSep 12, 2019

(* 직업 탐구 인터뷰 <the Persons> ‘퀀트-금융’ 프로젝트 펀딩은 텀블벅에서 진행중입니다.)
https://tumblbug.com/thepersonsquant

<the Persons>에서 언젠가 다룰 주제 중 하나가 인터뷰어(Interviewer)다. 같은 작업을 하는 이들이기에 그들에게 갖는 관심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테다. 송곳 같은 통찰력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끄는 노련미를 갖춘 그들에게 만나서 꼭 하고 싶은 질문 하나가 있다. ‘인터뷰(Interview)’라는 형태의 대담이 지니는 명(明)과 암(暗). 세상에 완벽함이 없다기에 객관성과 주관성 모두 담보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인터뷰’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언젠가 메모해 둔 휴대폰 메모장을 보니 인터뷰에 대해 스스로 정의한 특징이 쓰여있다.

인터뷰는 특성상 교조적이고 허영심을 불어넣으며 엘리트주의를 전제한다.

어느 책이 안 그러겠냐마는 권위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한 ‘인터뷰’의 특성상 특히나 교조적이다. 더군다나 인터뷰이(Interviewee)가 직접 화자(話者)가 되어 말하지 않는가. 질문을 받으면 아는 것에 더해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며 지식을 뽐내는 존재가 인간이다. 물론 인터뷰의 목적이 그러하고, 지금껏 인터뷰했던 인터뷰이 대부분이 훌륭한 화자였으나 무의식의 허영심은 인간 누구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도 인터뷰를 당하는 자에게 지적 허영심을 불어넣기 십상이다. 인터뷰이를 섭외할 때 대부분 처음 나타내는 반응이 ‘어휴 저 같은 사람이 인터뷰를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더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때로는 본심으로, 때로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겠지만 인터뷰를 당할 수 있는 특정한 ‘계층’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인터뷰이의 허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인터뷰의 종류 역시 수많은 갈래로 나뉜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피난민의 심정을 듣는 인터뷰,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인성과 능력을 평가하는 인터뷰, 서로의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어 면식 하나 없이 서면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그리고 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의 식견과 경험을 듣기 위한 인터뷰. <the Persons>는 후자에 속한다. ‘계층’이라는 용어가 인간 사회에 사용되면 ‘계급’으로 의미가 바뀐다. 뛰어난 전문가는 특정 ‘계층’으로 분류되고 그들은 소위 ‘상류층’이 되어 평범한 나와는 다른 ‘계급’으로 비친다. 역시나 사상의 옳고 그름에 앞서 엘리트주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터뷰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인터뷰라는 형태와 내포된 선입견을 바꾸기 어렵다면 콘텐츠 스스로 선언하는 수밖에 없다. 내용에 억지로 겸손함을 끼워 맞춰 주장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담담함과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과장하지도 않고 정제하지도 않은 채 현상 그대로 전달하는 저널리즘(Journalism)의 사명을 품은 한 분야 아니던가. 설령 의견을 피력하는 인터뷰이의 의견이 지극히 주관적이더라도 그 주관성조차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인터뷰를 설계하는 이가 인터뷰어(Interviewer)다. 내용을 듣고자 하는 독자의 입장에 서서 무엇이 궁금할지, 심지어 궁금한지 조차 모르는 부분까지 예측해내어 질문해야 한다. 사실 인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객관성 위에서 진행되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관적인 것을.

다양성의 중요도가 이 지점에서 상승한다. 한 명보다 두 명, 다섯 명보다 열 명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개인의 주관성이 옅어지고 인간 군상의 모습, 적어도 한 분야의 객관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설령 같은 이야기를 이 사람 저 사람 똑같이 해서 지루하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해당 분야의 핵심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반복된다는 사실조차 독자에게 하나의 의미 있는 정보로 전달될 때가 많다.

필자가 생각하는 인터뷰의 명과 암을 스스로 정리한 결과는 위와 같다. 그럼에도 명암의 밸런스를 반드시 맞춰야 하는가에 의문이 든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기에 하나의 물질과 개념의 특징이 더 발현하지 않는가. 인터뷰를 설계하는 사람이자 인터뷰를 읽는 한 명의 독자로서 인터뷰가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여러 매력과 장점이 있다. 살펴봤듯이 단점도 있다. 경계 하기를 추천하지만 경계가 피곤하면 훗날로 미뤄도 된다. 인터뷰가 지닌 담담함과 다양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근차근 스며든다.

(* 직업 탐구 인터뷰 <the Persons> ‘퀀트-금융’ 프로젝트 펀딩은 텀블벅에서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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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yong Lee

#코배투 CEO. @thepersons_official @mong_to_view 에디터. #숄든 CEO. #CFA charterholder. 비숑 아빠. 비트겐슈타인 옹호자.